세법 해설·판례 · 상속·증여

증여 후 자사주 소각에서 배우자와 자녀의 결론이 갈린 판례

법인 대표님들과 상담하다 보면 가족에게 주식을 증여한 뒤 회사가 그 주식을 다시 사들여 소각하면 세금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컨설팅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이른바 증여 후 이익소각 구조입니다.

이 구조는 겉으로 보면 증여와 양도 그리고 소각이 모두 적법한 절차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일련의 거래를 하나로 보아 대표이사에게 의제배당 소득세를 과세하는 경우가 많고 법원의 판단도 사안마다 갈립니다. 이 글에서는 같은 날 같은 방식으로 배우자와 자녀에게 증여했는데 배우자 몫은 과세가 유지되고 자녀 몫은 취소된 사건을 통해 법원이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정리합니다.

1. 사건의 개요

구분내용
사건수원지방법원 2023구합77154 종합소득세부과처분취소
1심 선고2024년 11월 21일(일부 인용)
항소심수원고등법원 2024누16922, 2025년 7월 23일 항소기각
상고심대법원 2025두34754, 2025년 12월 11일 상고기각(심리불속행)

원고는 기계 제작업을 하는 법인의 대표이사이자 지분 100%를 가진 1인 주주였습니다. 주식 1주당 취득가액은 1,000원이었습니다.

날짜거래
2019년 4월 5일배우자에게 1,926주, 자녀 2명에게 각 883주 증여
2019년 5월 7일임시주주총회에서 자기주식 취득·소각 결의 후 같은 날 가족으로부터 주식 매입
2019년 6월 9일매입한 주식 소각

회사는 증여 당시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평가한 금액과 **같은 금액(1주당 623,313원)**으로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가족들은 증여세를 신고·납부했습니다.

수증자증여재산가액증여재산공제증여세
배우자약 12억원6억원약 1억 1,655만원
자녀 1약 5억 5,039만원5,000만원약 8,741만원
자녀 2약 5억 5,039만원5,000만원약 8,741만원

2. 왜 이런 구조를 쓰는가 - 의제배당

회사가 주주에게서 자기주식을 사들여 소각하면 주주가 받은 대가 중 주식 취득가액을 넘는 금액은 배당을 받은 것으로 봅니다. 이를 의제배당이라고 하며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입니다.

구분대표가 직접 회사에 넘긴 경우가족에게 증여 후 넘긴 경우
주식 취득가액1주당 1,000원증여받은 날의 평가액(1주당 623,313원)
소각 대가1주당 623,313원1주당 623,313원
의제배당1주당 약 62만원0원

대표가 직접 회사에 주식을 넘기면 취득가액과의 차액 전부가 의제배당이 되어 높은 종합소득세율이 적용됩니다. 반면 가족에게 먼저 증여하면 가족의 취득가액은 증여 당시 평가액이 되므로 같은 금액으로 소각하면 의제배당이 생기지 않습니다. 배우자 6억원과 자녀 5,000만원 같은 증여재산공제를 활용하면 증여세가 의제배당 소득세보다 훨씬 적다는 계산이 이 구조의 핵심입니다.

3. 과세관청의 판단 - 실질과세원칙

과세관청은 일련의 거래를 의제배당 소득세를 피하기 위한 가장거래로 보았습니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은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둘 이상의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세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는 경우 경제적 실질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한 것으로 보아 과세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표가 3,692주 전부를 회사에 직접 양도한 것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양도대금 합계 약 23억 127만원에서 대표의 취득가액 369만원을 뺀 약 22억 9,758만원을 의제배당으로 보아 2019년 귀속 종합소득세 약 10억 3,970만원(가산세 포함)을 부과했습니다. 조세심판원도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4. 법원의 판단 - 같은 거래 다른 결론

법원은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할 때 거래별로 실질을 따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같은 날 같은 절차로 이루어진 거래라도 수증자별로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배우자 몫: 과세 유지

판단 요소법원이 본 사실
시간 간격증여 후 약 2개월 만에 양도와 소각까지 완료
사업상 목적의사록에 사업형편상 자본감소 필요라고만 기재되고 구체적 근거 없음
지배구조대표는 거래 후에도 지분 100% 유지, 배우자는 감사
자금 흐름배우자가 양도대금 약 12억원을 3차례 받을 때마다 1~2시간 안에 전액을 대표 계좌로 이체

법원은 특히 자금 흐름을 결정적으로 보았습니다. 증여받은 주식의 대가를 받자마자 증여자에게 돌려준 것은 통상적인 거래 관념에 비추어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입니다. 대표는 부부 사이의 경제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그 돈이 어떤 채무나 필요에 쓰였는지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배우자 몫의 거래는 대표가 회사에 직접 주식을 넘기고 대가를 받으면서 의제배당 소득세를 피하려 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자녀 몫: 과세 취소

구분양도대금 사용처
자녀 1증여세 납부 후 나머지를 본인 명의 금융투자상품·저축통장으로 관리
자녀 2증여세 납부 후 나머지를 본인 명의 아파트 구입자금으로 사용

자녀들은 받은 양도대금을 자신을 위해 사용했고 그 돈이 대표에게 돌아갔다는 증거가 없었습니다. 법원은 직계비속에게 현금과 주식 중 무엇을 증여할지 그리고 증여받은 재산을 보유할지 처분할지는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직계비속 증여재산공제는 법률이 인정하는 것이므로 이를 활용해 세금이 줄었다는 사정만으로 거래를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

법원은 처분 가운데 자녀 몫에 해당하는 부분을 취소하고 약 5억 2,880만원만 정당한 세액으로 인정했습니다. 원고만 항소했고 항소와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이 결론이 확정되었습니다.

5. 이 판례에서 확인할 점

핵심은 자금의 최종 귀속입니다

법적 절차를 모두 갖추었더라도 경제적 이익이 결국 원래 주주에게 돌아갔다면 과세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형식보다 돈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남았는지를 보았습니다.

증여세를 냈다고 정상 거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배우자는 1억원이 넘는 증여세를 신고·납부했지만 그 사실이 거래의 실질을 보장하지는 않았습니다. 법원은 증여세 납부는 증여 행위에 따른 법률 효과일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판례의 흐름이 하나로 정리된 것은 아닙니다

배우자에게 증여한 뒤 소각한 다른 사건 중에는 양도대금이 배우자에게 실제로 남아 있다는 이유로 과세를 취소한 판결도 있습니다. 결국 시간 간격과 사업상 목적 그리고 자금 흐름 같은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2025년 이월과세 확대와의 관계

2025년 1월 1일부터는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에게 증여받은 주식을 1년 이내에 양도하면 증여자의 취득가액으로 양도차익을 계산하는 이월과세가 적용됩니다. 다만 이 규정은 양도소득세에 관한 것이고 소각에 따른 의제배당을 계산할 때 같은 방식으로 취득가액을 바꾸는 규정은 현행 소득세법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증여 후 소각 구조는 지금도 이 판례처럼 실질과세원칙의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됩니다.

정리

1. 증여 후 자사주 소각은 가족의 취득가액을 증여 평가액으로 높여 의제배당을 없애려는 구조입니다.
2. 과세관청은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의 실질과세원칙으로 대표가 직접 양도한 것처럼 재구성해 과세할 수 있습니다.
3. 법원은 거래별로 실질을 판단했고 양도대금이 대표에게 돌아간 배우자 몫은 과세를 유지하고 자녀가 직접 쓴 자녀 몫은 취소했습니다.
4. 같은 구조라도 시간 간격과 사업상 목적 그리고 자금 흐름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주식 증여와 자사주 소각은 금액이 큰 만큼 사실관계 하나가 수억원의 세금 차이로 이어집니다. 단풍 세무회계에서는 증여 대상과 시점 그리고 양도대금의 사용 계획까지 함께 검토하여 가업 지분 이전 방안을 설계해 드리고 있습니다. 주식 증여나 자사주 소각을 검토하고 계시다면 상담 문의를 통해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